빈곤은 자연적인 것일까?
상당히 인도주의적 기질을 가진 밀이 등장하기 전까지 데이빗 리카도, 맬서스, 애덤 스미스를 비롯해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경제법칙을 곧 자연적인 것으로 여겼다.
빈곤한 상태(결과)는 자연적인 상태이고, 자연적으로 당연히 그렇게 되는 이유(원인)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고찰한 것이다.
그런데 JS밀은 다른 의견을 내세운다.
일단 사물이 존재한다면, 인류는 개인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자기 좋을 대로 하면 된다. 사물은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의 처분에 맡기면 되고, 그 조건도 그들이 원하는 바에 따르면 된다. (...) 아무리 다른 사람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자기 땅에서 경작한 것이라 하더라도 사회의 허락을 받지 않고는 소유할 수 없다. 만약 사회가 (...) (그의) 소유를 방해하는 요인들을 제거할 목적으로 돈을 들여 사람을 고용하지 (...)않는다면, 사회가 그의 것을 가로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개인이 그의 것을 빼앗을 수도 있고 실제 그렇게 될 것이다. 즉 부의 분배는 사회의 법률과 관습에 달려 있다. 분배를 결정하는 법률은 공동체 내 다수 성원들의 의견과 정서에 따라 만들어지며, 시대와 나라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앞으로 인류가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
'세속의 철학자들'에 인용된 JS밀 전집을 재인용
JS밀은 '생산법칙'과 '분배법칙'을 별도로 취급하며 어떤 농작 기술같은 생산법칙은 예를 들어 비료를 사용하면 더욱 많은 수확을 거두는게 당연하지만
분배법칙, 자연적인 법칙으로 생산된 것을 어떻게 나누느냐-농민 1:지주2:부르주아2이냐, 3:1:1이냐-는 사회 다수의 의견과 정서에 따라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사회 다수의 의견과 정서를 여론이라 해도 좋고, 시대정신이라 해도 좋고, 에피스테메라고 해도 좋고, 상부구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것이 시대의 산물일 뿐이며 변화할 수 없는 자연적 법칙(물리학처럼)이 아니라는 점을 통찰했다는 것이 의의이다.
잘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소유권은 절대적이지 않다. 국가와 사회적 합의는 내가 가진 것을 얼마든지 가져갈 수 있다.
극단적인 상황은 공산주의겠지만, 지금도 우리는 세금이라는 형태로 일정 부분씩 소유권을 양도하고 있다.
이것은 사회적 제도에 따라 다르다. 이런 개념이 존재하기에 '좌파'와 '우파'는 현재에도 어떻게 분배하느냐를 두고 대립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