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언제나 쓰면서 다시 정리되곤 하고, 이 글도 뒤로 갈수록 정리가 잘 되어 읽기 쉽습니다. 하지만 앞부분의 혼잡한 글들 또한 해당 생각에 함축되어 있는 내용을 보다 풀어주고, 또한 어떻게 해당 내용에 도달하게 되었는지 추측하는 단서가 되어줄 수 있다고 판단하여 날것 그대로 놓아둡니다. 가급적이면 모두 읽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취사 선택하여도 상관은 없습니다]



쓰려고 시작하고 나니 이름에 모든 것이 담겨있다


일반적 컨텐츠들(순문학=일반소설, 영화, 음악 기타등등)은 일반적인 것들에 관여하는 한편 


장르적 컨텐츠들(오타쿠 서브컬쳐, B급영화, 추리소설 등)은 장르적인 것들에 관여한다



그러하여 일반적인 컨텐츠들은 사전 지식 없이 해당 컨텐츠를 접하고 바로바로 소비할 수 있는 한편


장르적 컨텐츠들은 사전 지식을 어느 정도 이상 쌓은 후에야 소비가 가능해진다(여기서 소비란,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일반적인 감상을 말함)



이것은 장르적 컨텐츠들이 클리셰에 깊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다. 클리셰는 클리셰이기 때문에 작품 자체와는 깊게 관여하지 못한다. 

장르 컨텐츠들을 보면 클리셰는 수많은 작품들 속에서 어떠한 이데아처럼 건설되어 따로 존재하고, 장르 컨텐츠들은 그 이데아적 클리셰를 적재적소에 기호적으로 호출하여 사람들에게 정서를 환기시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는 '작품'이 동작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클리셰'가 동작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예로는 락 음악에서 커트 코베인에 대한 언급, 럭키스타에서 에반게리온에 대한 언급, 아이돌 마스터류의 캐릭터별 성격(시부야 린, 프레데리카, 아베나나 등) 따위가 있겠다. 


물론 일반적 컨텐츠들 또한 사전 지식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것이 일반적인 컨텐츠인 이유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마주치는 것들과 관여하게 되기 때문이다. 

형식만 두고 볼 때는 사전 지식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 같지만, 사회적으로 공감을 이루는 것을 볼때 일반적 컨텐츠들에 관여되는 일반적 지식들은 '일반적이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권위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으려면 법학과 철학에 대한 기본적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파우스트를 읽으려면 고전 희극과 신화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것들이 다루는 주제는 모든 사람들이 삶에서 직면하는 주제라는 것이다(희노애락 등).

모노가타리 시리즈에 등장하는 유머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과거 로봇애니들에 대한 지식이 '그다지 쓸모없기 때문에' 권위가 없는 지식의 역할을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권위는 사람들의 수요와 요청, 자발적인 권력 위임에 의해 발생하므로 '일반적인 지식'은 '일반적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해당 지식들을 갈구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권위가 있고, 장르적 지식들은 비일반적이기 때문에 권위가 없는 취급을 당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실제로 서브컬쳐 커뮤니티 내에서만큼은 해당 지식에 박식한 사람들은 권위를 갖는다. 하지만 이는 연관되지만 다른 이야기이니 여기서는 줄이겠다]


글이 더러워지는거 같아서 정리하며 써보면


1. 일반적 컨텐츠는 일반적인 것들과 관여하기 때문에 읽는 데 필요한 지식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습득되는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어 별다른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 일반적 컨텐츠에서는 그 일반적인 요소들로 직조되는 것이 무엇이느냐가 중요하다.


하지만 장르적 컨텐츠는 장르적인 것들과 관여하기 때문에 선지식 없이 읽을 수 없으며(자연스레 일상이 해당 장르적이었따면 상관 없지만 그것이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필요한 해당 선지식들은 클리셰로 구분된다. 클리셰는 작품 자체와는 별도로 성립해 있는 세계이며, 작품은 클리셰를 호출하여 정서를 환기시키는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이다.



2. 일부 어려운 작품들, 읽는 데 철학이나 역사 용어등에 관한 난이도 있는 지식이 필요한 일반적 컨텐츠들이 있다(마의 산, 파우스트). 이런 작품들은 장르를 구분하듯이 '철학'장르소설, '신화'장르소설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의 이야기를 적용할 경우, 철학이나 역사등의 인문학적 지식은 사람이 살아오면서 당연히 쌓이는(혹은 알아야 되는) 지식이라고 여겨진다고도 볼 수 있겠다]


허나 위의 장르들이 통상적으로 일컫는 장르소설(추리, 라노벨, 판타지)과 다른 점은 해당 장르(철학, 신화)들이 일반적이라는 점이다(실제로 일반적인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일반적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판타지나 라노벨은 꼭 읽어야 할 필요는 없으며 우리 삶과 관계도 없지만, 철학이나 신화의 경우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관여된다고 느끼며 그것이 일반적인 권위로 작동, 장르가 아니라 '일반적 콘텐츠'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만약 판타지 소설에도 그러한 필요성이 느껴진다면 언젠가는 그것 또한 순문학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다시 줄이자면


a.일반적 컨텐츠는 읽으며 알아가고, 장르적 컨텐츠는 알고서 읽는다.


b.일반적 컨텐츠는 권위있는 지식을 다루고, 장르적 컨텐츠는 권위없는 지식을 다룬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단어의 뜻 자체를 탐구하는 방식에 있어서 그것이 사용되는 방식이나 관계론이 강조되는 요즘에 있어 충분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아이돌마스터 2차창작 만화를 2천개정도 보다가 떠오른 생각. 일반 소설은 다른것들을 통해 익힌 단어들을 통해 서술되어 있기에 한 번에 읽을 수 있지만 아이돌 마스터의 경우 창작물에서 남발되는 어떤(단어, 기호, 파편적인) 클리셰들을 읽으며 배워야만 그 클리셰들 자체를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몇 번씩 읽어야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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